한국예탁결제원 웹진
Vol.264 AUTUMN 2022

빵으로 소외된 자들의 삶에 긍정에너지를 불어넣는

콤파안

‘회사(company)’의 근원은 오늘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친근하고 다정’한 의미를 담고 있다. 라틴어 어원에 따르면 회사는 ‘함께(com)’ ‘빵(pan)’을 나눠 먹는 자(Bread Fellow) 또는 나와 함께 빵을 가르는 가까운 사람들을 뜻했다. 콤파안(Compaan)은 벨기에의 직업훈련 및 취업자문 기업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벨기에 연방정부, 겐트지방정부의 정책적 지원 하에 운영되는 콤파안은 구직자와 직업훈련 희망자들이 빵을 나눠 먹는 밀착된 운명 공동체처럼 함께 배우고 일하며 자립과 생의 긍정적인 의미를 나누는 사회적 기업의 성공적인 사례이다.

박진아(칼럼니스트)일러스트Compaan.be

부의 도시의 화려함에
가려진 사람들

콤파안 본사가 있는 곳은 벨기에의 항구도시이자 플란데런 지방의 고즈넉한 고도시 안트베르펜(Antwerpen)이다. 안트페르벤은 수도 브뤼셀 다음으로 많은 인구가 모여 사는 벨기에 제2의 도시다. 우리에게는 <플란다스의 개>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19세기 영국 소설 <플란다스의 개와 다른 이야기들>(A Dog of Flanders and Other Stories)에 등장하는 주인공 소년 네로가 살았던 풍차가 돌고 푸른 들판이 펼쳐진 마을이 다름아닌 안트페르펜의 교외였다.
16세기 유럽의 ‘세계 대항해 시대’를 거쳐 17~18세기 양모 수출국으로 무역과 부의 도시였던 안트베르펜은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로테르담과 더불어 오늘날 유럽에서 가장 큰 유럽 항구도시들 중 하나로 국제 물류와 무역으로 명맥을 잇고 있다.
그처럼 찬란한 역사와 활기찬 현재가 있는 벨기에의 대도시에도 시장경제의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예상치 못한 인생 굴곡과 환경적 제약으로 어려움에 처한 인구는 얼마든지 존재한다. 콤파안은 본래 1987년에 드베르크가아르드(De Werkgaard)라는 명칭으로 일상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지체부자유자들을 제빵기술자와 페이스트리 전문 요리사로 키워내는 직업훈련원으로 설립됐다. 20세기 후반 시민사회와 비영리 단체 활동의 급성장과 맞물려 콤파안은 벨기에 정부와 겐트주 지방자치정부, 그리고 유럽연합 주도의 ‘Job & Co’ 실업 대책 및 채용 장려 프로젝트’의 후원으로 시작되었다.
설립된 지 2년 만에 제빵 및 페이스트리 기술자 양성에서 직업군의 범위를 넓힌 콤파안은 지역사회 내 취업을 희망하는 장기실업자들에게 재취업 및 청년 직업훈련과 경력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거듭났다.
“사회에서 충분히 활용되지 않는 숨은 인재들을 노동시장 내의 떳떳한 구성원으로 통합시키는 것이 콤파안의 목표입니다. 우리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기업들과 협력하면서 경제에 기여할 것입니다.”
콤파안 운영자 투그룰 심섹(Tugrul Simsek) 씨는 콤파안의 사회적 활동의 취지를 이렇게 정의했다.

사랑과 희망으로
빵 굽는 사람들

겐트 주 신트 아만츠베르흐(Sint-Amandsberg)에 위치한 콤파안 제빵 아텔리에(Compaan Sociale biobakkerij)에서는 매일 벨기에 전통 방식으로 수십 가지의 천연 유기농 효모빵들이 만들어진다. 수련생들이 매일 신선하게 구워내는 생과자와 파이류는 지구 자원의 지속가능성과 건강을 고려한 유기농 비건(Vegan)주의 원칙을 따른다. 모든 재료는 공정무역거래를 통해 구입된 무가공 상태의 천연 원료이며 방부제를 쓰지 않고도 빵 껍질을 바삭하게 굽는 방식으로 판매 유통기한을 늘린다. 그런 만큼 그들의 빵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우리의 빵은 순수한 자연 그 자체입니다. 첨가물이나 개량제도 일체 넣지 않고 전통 방식 그대로 만드니까요. 콤파안의 빵은 애정과 시간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의 결실이지요.”
제빵 아텔리에 책임자인 나타샤 반 바일렌(Natasja Van Bijlen) 씨는 자신들이 만드는 빵이 가진 수많은 의미를 애정이라는 단어로 설명한다.

빵으로 삶을 긍정하는
순환경제를 만들다

콤파안 제빵 아텔리에 옆에는 그로오트 블레후이스(Groot Vleeshuis)라는 레스토랑이 있다. 그로오트 블레후이스는 ‘커다란 고기집’이란 뜻으로, 이곳에서는 콤파안 제빵 아텔리에에서 갓 구운 온갖 맛있는 빵들과 함께 다양한 벨기에식 육식 메뉴를 맛볼 수 있다.
또한 콤파안이 운영하는 ‘르 프티 보타니크(Le Petit Botanique)라는 캐주얼 런치 레스토랑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 도시인들이 바라는 모든 것들을 갖춘 이 도시형 캐주얼 런치 레스토랑은 매주 메뉴를 업데이트하고 각 지방의 제철 식재료를 공급받아 지역 농가를 지원한다. 중고시장에서 구입한 식기와 인테리어 소품으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이들은 최근 자원 절약과 지속가능한 순환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벨기에인들 사이에서 힙한 장소로 꼽힌다.
콤파안은 일반 케이터링 업체들과도 협력한다. 콤파안의 단골 협력업체인 쾨르 케이터링(Coeur Catering)은 파티 이벤트를 기획할 때마다 콤파안의 빵과 샌드위치를 주문한다. 친환경주의와 사회적 책임 메시지가 담긴 콤파안의 케이터링 서비스는 소비자 모두에게 윤리적이고 건강에 좋다는 인식을 심어주며 호응을 얻고 있다. 올해 2020년 화가 얀 반 아이크(Jan Van Eyck)의 해를 맞아 얀 반 아이크 문화 축제에도 참가 중인 콤파안은 고전 미술에서 영감 받은 창조적인 빵과 디저트 메뉴도 선보이고 있다.

바다를 품은 영화관,
베가박스 삼천포

지난 몇 년간 콤파안의 사회적 사업 영역은 라이프스타일 전체에 걸쳐 더욱 광범위해졌다. 전 세계적 인기를 끌기 시작한 DIY 메이커 운동 트렌드를 타고 콤파안은 2018년부터 ‘소셜리 메이드(Socially Made)’라는 모토 하에 겐트시 정부 주도의 메이커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창조적 취미활동으로 출발한 ‘메이커 문화(Maker Culture)’ 운동을 주류 경제에 유입시키고 이윤창출로 연결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취지이다. 현재 아텔리에 콤파안에는 목공방, 금속품 수선공방, 석공방, 유리공방이 운영되고 있으며 수련생들의 손으로 제작된 독창적인 인테리어 소품과 디자인 수공품이 주문제로 생산된다.
아텔리에 콤파안은 2018년부터 디자이너와 비즈니스를 잇는 중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아텔리에 콤파안이 운영하는 ‘Vol + Maakt’ 인테리어 및 액세서리 디자인 콜렉션은 젊은 유망 디자이너 발레리 베르보엣(Valerie Bervoet), 카스 무어(Cas Moor), 셉 베르봄(Sep Verboom)과의 협업을 거쳐 올해부터 판매에 들어갔다. 이 프로젝트는 우수 협업 사례로 벨기에의 디자인 월간지 <필링보넨(Feeling Wonen)> 2020년 1월호에 소개되기도 했다.

빵으로 삶을 긍정하는
순환경제를 만들다

콤파안은 의외의 사업분야에서도 두각을 내고 있다. 가정, 오피스, 공공장소의 맞춤 청소 및 위생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화 서비스 사업을 시작했다.
특히 직물 인테리어와 골동품이 많은 유럽인들의 주거 문화를 반영하여 카페트 세탁, 은제품 및 준귀금속 식기, 주방과 욕실 바닥의 특수 세척 및 딥클리닝 작업은 노동강도가 높고 전문적 관리 지식을 요한다. 이러한 특수 청소 서비스는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들에게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콤파안의 미화 서비스가 내세우는 친환경 무공해 세제와 전문 인력에 대한 신뢰는 친환경주의와 지속가능한 경제 트렌드와 맞물려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유럽사회는 전에 없이 다양하고 복잡해졌다. 벨기에도 예외가 아니다. 경제구조의 변화, 빈부격차 심화, 청년실업, 외국 이민자 및 난민 인구의 증가와 그로 인한 구직자들의 기능 차이와 직업에 대한 기대 또한 다양하고 복잡해졌다. 콤파안은 그 같은 추세에 발맞춰 모든 실업자, 구직자, 기능연수자들과 공평하고 존중하는 관계를 형성하는 한편 잠재적 고용주들에게는 최적의 인력을 추천·제공하는 ‘사회적 인적 자원’ 매개자가 될 것을 목표로 한다.
‘모든 슬픔은 빵으로 달랠 수 있다’는 세르반테스의 말처럼 빵을 만들고 나누는 활동을 통해 소외된 자들에게 삶을 긍정하는 방법을 조용한 행동으로 보여주는 콤파안의 활동은 갓 구운 빵처럼 따뜻하게 마음을 데워준다.

콤파안 취업교육 프로그램

플란데런 지방자치정부는 2020년에도 콤파안의 경력지도와 취업교육 활동에 투자를 계속한다. 취업 및 직업교육 수강 희망자들의 문화적 배경, 직업 경험, 연륜의 차이가 심하고 다양해짐에 따라 개인별 경력 체크 과정과 자격 조건도 해마다 까다로워지고 있다.

자격조건과거 최소 7년 고용 또는 자영업 경험 보유

경력체크6년 안에 최대 2회 실시

교육시간최대 4시간 강사 감독 하에 교육

참가비40유로

e-book

발행인이명호

발행처한국예탁결제원 부산광역시 남구 문현금융로 40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기획·디자인·제작승일미디어그룹

Copyright © KSDia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