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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건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삶을 긍정하는 태도가 곧 치유의 시작

한때 EQ라는 용어가 사회의 화두처럼 회자된 적이 있다. IQ가 인간 교육의 가장 중요한 척도인 것처럼 여겼던 우리 사회에 말랑말랑한 감성을 중요시하는 EQ는 전혀 다른 교육방향을 제시하며 학부모들을 들뜨게 했었다. 정서적인 유능성을 측정하는 EQ가 중요한 이유를 심리학에서는 ‘행복’과의 연관성을 든다. EQ가 높을수록 삶을 긍정하고 스스로 만족하여 행복하게 살 확률이 높다 게 심리학자들의 이야기이다.

편집부사진이복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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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탄력성과 낙관성
그리고 행복의 관계

심리학에서는 행복을 ‘자신의 삶에 스스로 만족하는 동시에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그로 인해 건강이나 대인관계가 나빠지지 않을 만큼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상태를 말한다. 그런 상태의 사람들은 삶에서 커다란 시련이나 위기를 겪더라도 좌절감이나 우울감에 빠지지 않고 회복탄력성이 높다는 게 고영건 교수의 설명이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송해 선생님과 세대별로 여러 출연자들을 모시고 그들의 고민을 듣는 장면을 본 적 있습니다. 먼저, 60대 출연자가 ‘옛날 같으면 우린 죽을 나이야’라고 운을 뗐죠. 그러자 70대 출연자가 ‘방송국에서 배역을 안 줄까 걱정이야’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80대 출연자가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은 어디 가서 무엇을 하며 보내나. 시간은 많고 갈 곳이 없어’라고 말했죠. 사회자가 송해 선생님의 고민은 무엇이냐고 묻자 그분은 고민 대신 ‘나는 희망이 있지. 지금부터 내 마음에 있는 것을 해 봐야겠다. 내 시대가 왔다. 이렇게 생각해’라고 말해 출연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습니다.”
같은 문제를 놓고 낙관적인 사람이 생각하고 실천하는 방식은 이렇게 다르다. 회복탄력성은 인간의 이런 낙관성과 맥락을 같이하며, 타고나는 것은 아니지만 학습으로 충분히 훈련할 수 있다고 고 교수는 말한다.

긍정감정의

낙관성 훈련에서의 핵심은 ‘좋은 일은 최대로’ 반대로 ‘안 좋은 일은 최소로’ 일어나게 생각을 조직화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고영건 교수는 사실 삶에서 언제나 좋은 일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고 나쁜 일도 일어나기 마련이지만 ‘낙관적인 형태의 심리적 대처방식’이 삶에서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 빈도를 조절한다고 말한다. 물론, 낙관적인 태도를 갖춘다고 해서 인생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데 심리학자도 동의한다. 때문에 행복한 삶을 위해 우리의 삶에 내재한 아픔을 ‘우아하게 수락할 줄 아는 지혜’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내가 지닌 아픔을 우아하게 수락한다고 해도 치유는 혼자 할 수 없는 문제다. 고영건 교수는 포유류의 핵심감정들은 오직 인간관계를 통해서만 경험할 수 있는 ‘심장의 언어’에 해당된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그는 마음의 치유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생활하면서 기쁨, 희망, 믿음, 사랑, 감사, 연민, 용서, 그리고 경외감과 같은 긍정감정들을 경험할 수 있는 활동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한다.
“심리학자인 저도 지칠 때가 있죠. 그럴 때 긍정적인 마음을 회복하게 하는 순간이 가족들과 함께할 때와 대학에서 ‘행복의 심리학’과 ‘사랑의 심리학’ 강의를 할 때입니다. 학교에서 교양과목으로 이 과목들을 개설하면, 보통 400명 이상의 학생들이 수강합니다. 제 나이가 어느덧 그들의 아버지뻘이 되는데요. 강단에 서서 자식 같은 수강생 400명 이상에게 행복에 대해 얘기를 하면 그간 쌓였던 수많은 스트레스가 스르르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긍정감정들을 경험하게 되죠. 관계 속에서 이런 자신만의 경험을 쌓아야만 치유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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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거리 두기와
사회적 거리 두기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침체된 사회 분위기는 개인의 일상까지 파괴할 때가 있다. 특히 ‘사회적 거리 두기’가 캠페인처럼 일고 있는 요즘 자칫하면 고립감마저 느낄 수 있는데 심리학자의 처방은 좀 다르다.
“요즘처럼 험난한 시기에 꼭 필요한 심리학적인 지혜 중 하나는 ‘사회적 거리 두기’와 ‘심리적 거리 두기’를 구분 하는 것입니다. 행복한 사람들이 사용하는 중요한 행복의 기술 중 하나는 물리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심리적으로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과 한 공간에 함께 있더라도 일종의 ‘군중 속의 고독’을 경험할 때가 있죠. 이것이 심리적 거리 두기의 문제입니다. 이와 달리 물리적으로는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심리적으로는 가까이 있는 듯한 경험을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전화나 각종 SNS 등을 지혜롭게 활용해서 관계 속에 있다는 것을 매 순간 느끼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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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 속
위로 같은 일상들

얼마 전 TV 뉴스에서 지하철 기관사들의 감성방송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사회적 불안과 그렇지 않아도 고된 출퇴근 길에 마스크까지 쓰고 감염에 대한 걱정에 파김치가 된 고객들을 향한 그들의 위로 같은 안내방송들.
“손 씻기와 함께 마스크를 잘 착용하시면 코로나19 예방에 큰 도움이 되니 건강도 함께 꼭 챙기시길 바랍니다. 가지고 계신 근심걱정, 코로나에 대한 걱정 모두 내리실 때 두고 내리시고 따듯한 일들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이와 비슷한 방송이 지하철 2호선과 4호선 그리고 공항철도 안에서 울려 퍼지며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에 따뜻한 미소를 짓게 했다는 뉴스는 걱정과 불안으로 빗장을 닫은 마음을 풀게 하며, 이 힘든 시간도 다 지나가리라는 희망을 안겨 주었다.
현실의 아픔을 우아하게 수락하는 지혜란 이런 것이다. 어떤 형태의 삶이든 동시대를 살아가는 노역을 날마다 되풀이하고 있는 이웃과 친구와 동료들에게 정 묻은 손길을 건네는 일. 요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치유의 방법이 아닐까.

고영건 교수가 아내 김진영 교수와 함께 집필한 <행복의 품격>과 <사람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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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이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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