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헬로 비너스’로 데뷔한 그녀는 우리에게는 아직은 ‘송주희’라는 이름보다는 ‘앨리스’로 더 친숙하다. 그룹의 보컬이자 리더로 다수의 앨범을 발매하며 많은 무대에 섰지만, 언제나 무대는 화려한 만큼 두려웠다. 그런 멤버들에게 앨리스는 언제나 자신의 두려움은 감추고 동생들을 격려해야 하는 든든한 언니였다.
“리더였기 때문에 힘든 점은 분명히 있었죠. 그때마다 어른스러운 동생들이 있어 저 역시 잘 견딜 수 있었습니다. 6명이 각각 다른 장단점을 지녔기 때문에 서로를 보면서 많은 걸 배웠던 시간이었어요. 힘든 기억보다는 아쉬움이 더 큰 시절이었습니다.”
그렇게 화려한 무대를 경험할수록 앨리스는 자신이 놀아야 할 무대의 넓이와 깊이가 이제는 달라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음악이라는 장르에 한정해 자신의 재능을 가두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헬로 비너스로 활동할 당시에도 <야경꾼 일지>, <앙큼한 돌싱녀>, <방과 후 복불복2>, <별난 며느리> 등 적지 않은 드라마에서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며 주저없이 낯선 무대에서 가능성을 평가받았다.
배역을 하나씩 해낼수록 자신의 스펙트럼이 생각보다 넓게 펼쳐질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가수로서 경험이 배우가 되는 데 큰 자산이 되었어요. 가창력을 베이스로 드라마 외에도 뮤지컬에서도 저를 불러주셔서 신인임에도 다양한 무대에 오를 수 있었어요. <올슉업>, <넌센스2>, <청춘일발 장전>에도 출연했고 <영웅본색>에서는 여자 주인공으로 캐스팅되어 정말 열심히 준비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때 연기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어요.”
초연이 아닌 경우 이전 배역들의 무대를 보며 캐릭터를 이해하고 대본을 여러 각도로 고민하며 송주희만이 할 수 있는 배역의 디테일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바닥부터 철저히 준비를 했어도 첫 공연의 무대는 지금도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떨렸다. 그 떨림이 회를 거듭할수록 설렘으로, 더 큰 역할을 해낼 수 있겠다는 가능성으로 ‘송주희’라는 배우의 이름을 단단하게 세워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