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의 <이사> 편에 보면 두 마리 쥐에 대한 일화가 나옵니다. 어느 날 이사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데 쥐 한 마리가 나타나는 거예요. 화장실에 있는 쥐였으니 몰골이 말이 아니었겠죠? 화장실에 나와 곡식 창고에 갔는데 마침 거기에도 쥐가 한 마리가 있어요. 그런데 이 곡식 창고의 쥐는 살이 통통하게 올라 사람도 안중에 없는 거예요. 이사가 거기서 느꼈죠. ‘사람이나 쥐나 마찬가지구나. 어디에 있는가에 따라 자신의 격이 달라지는구나’ 그리고는 스승 순자를 찾아가 초나라를 떠나겠다고 합니다. ‘낮고 천한 것보다 더 큰 부끄러움이 없고, 곤궁하고 궁핍한 것보다 더 큰 슬픔이 없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요.”
유가의 사상이 인을 바탕으로 한 이상적인 인간을 만드는 데 있다면, 법가 사상을 담은 <사기>는 실리와 실용을 중심으로 한 인간의 처세에 있다. 거기에는 ‘나는 선이고 너는 악’이라는 절대 기준이 없다. 다만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누구나 봤을 쥐이지만 이사는 그 쥐를 보고 깨달음을 얻어 새로운 삶을 향해 떠났듯, 결국 세상은 나로부터 변한다. 그러니 남을 탓할 이유가 없다는 게 김원중 교수의 설명이다.
“사마천 자신이 궁형이라는 치욕을 당합니다. 사형을 면하기 위해서 자처한 형벌이었는데 그 이유가 필생의 업인 <사기>를 완성하기 위해서였죠. 그렇게 치욕을 견디며 사기를 완성하여 후에 중서령(中書令)이 되었고, 후세에는 사성(史聖), 태사공(太史公), 즉 ‘역사의 성인’이라는 칭호를 얻게 됩니다. 현재 처지에 좌절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질 수 있었던 칭호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