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탁결제원 웹진
Vol.264 AUTUMN 2022

김진겸 심리서사분석가

목표를 이루는 사람은
계획부터 다르다

또 다시 한 해가 가고 있다. 무엇보다 아쉬움이 쌓이는 이맘때 당신은 무엇을 돌아보며 가는 해를 배웅하고 있는가? 못다한 사랑이라면 꽤나 낭만적인 마무리가 될 터이지만 대부분은 이루지 못한 목표에 초조해 하며 괜한 반성을 하고 있을 것이다. 태어나 목적의식을 갖는 사회인이 되면서 우리는 늘 이 리츄얼(Ritual)을 해마다 반복한다. 목표를 세우고 작심삼일의 비애를 3일 간격으로 느끼며 의지박약을 탓하는 악순환의 고리, 진정 끊을 방법은 없는 것인가?

편집부사진황성규

성장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방향성

목표를 세우고 착실하게 실천해 나가는 일은 한 사람이 변화하는 과정이다. 지극히 쉽지 않은 이 일은 기존의 내가 사라지는 과정으로 심리적인 저항 즉, 두려움이 매우 크다. 그렇게 두려움이 큰 일을 굳이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운동을 해서 몸이 더 보기 좋아진다고, 영어를 좀 더 잘한다고 해서 삶이 얼마나 나아질까?
“저는 반대로 묻고 싶습니다. 성장을 할 수 있는데 안할 이유가 있을까요? 애벌레가 나비가 될 수 있는데 굳이 나비가 될 기회를 포기할 이유가 있냐는 거죠. 저는 이런 태도를 ‘퇴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장은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방향성입니다.”
심리서사분석가 김진겸 씨는 성장은 나를 책임지는 한 방편으로 이를 회피하는 것 역시 의존적 상태를 유지하려는 심리적 퇴행으로 바라보았다. 인간의 성장이 자연스러운 방향성이라면 이를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시작은 목표와 계획을 구분하는 일이라고 조언한다.
“삶의 목적은 ‘존재 이유’ 즉, Why를 의미합니다. ‘왜 이게 필요한가?’라는 대명제죠. 목표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과제들, 즉 What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계획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세부적인 내용들인 How라고 할 수 있죠. 정리하면,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세워야 하는 것이 목표이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수단이 계획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둘을 혼동해서 사용하죠. 이것이 함정입니다.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으니 실천이 어려운 건 당연한 일입니다.”

구체적인 패턴을
만들자

김진겸 씨는 우리가 작심삼일을 반복하는 데는 우리의 의지박약이 문제가 아니라 구체적이지 않은 계획이라고 지적한다.
“의지력을 맹신하면 안됩니다. 의지력은 무한한 힘이 아니에요. 사람마다 하루에 쓸 수 있는 의지력은 정해져 있다고 합니다. 때문에 이를 엔진으로 보기보다는 연료 정도로 생각해야 합니다. 한정적인 자원이라는 얘기죠. 의지력 하나만으로 습관을 이기겠다고 하는 것은 무모한 행동입니다.”
우리가 행하는 대부분의 활동들은 행하던 패턴대로 자동화되어 흘러간다. 계획은 이처럼 새로운 패턴을 만드는 작업이다. 새벽 기상이 목표라 하자. ‘6시에 알람이 울리면 왼 손으로 알람을 끄고 오른쪽으로 돌아누워 왼쪽 다리로 이불을 걷어 찬다’와 같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성공할 수 있다. 여기에 감정을 활용하면 그 패턴은 공고해진다.
“이성적으로 계획하고 의지력을 발휘하려 하는 것이 의식의 영역이라면 무의식 영역의 감정을 함께 활용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긍정감정을 활용해 봅시다. ‘이 목표가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인가?’, ‘이 목표를 위해 기존의 습관과 삶의 패턴을 바꿔도 될 만큼 원하는가?’, ‘이것이 나에게 쉽게 얻을 수 없는 소중한 것인가?’ 등을 적고 차분하게 스스로 답을 적어 보세요. 반대로 부정감정을 활용해 ‘그것을 하지 않았을 때 겪을 고통은 무엇인가?’, ‘내가 지불해야 하는 대가는 무엇인가?’를 떠올려보는 겁니다. 그러면 실천을 극도로 높일 수 있습니다.”
명확한 목표와 그에 맞는 유연한 계획이 있다면
우리의 삶은 진정
변하고 있을 것이다.
완벽하고 치밀한
계획에만 집착하게 되면
조금만 계획이 들어져도
더 쉽게 포기한다.

유연한 계획이
삶을 바꾼다

그러나 여전히 마음은 기존에 하던 대로 하고 싶어한다. 이미 그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선택했기에 뭔가 변화가 생기면 무의식적으로 저항하게 된다. 이 저항을 넘겨야만 습관을 바꿀 수 있는데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고 우리는 늘 쉽게 포기한다.
“다행히 우리 마음은 그렇게 야박하지 않습니다. 큰 변화가 갑자기 찾아오면 심하게 저항하지만, 저항할 수 없는 애매한 선은 있습니다.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내 무의식을 속이는 겁니다. 예를 들어, ‘하루에 팔굽혀펴기 1개를 하자’와 같은 저항하기 힘든 제안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시작한 다음 유연하게 강도를 높여 나가면 이미 작은 성취동기들을 맛본 마음이 더 이상 저항하지 않게 됩니다.”
식물이 성장하는 데는 ‘최소량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여러 성분이 100% 이상 충족되어도 하나의 성분이 50% 부족하면 그 식물은 50%만 성장한다는 이야기이다.
분명 성실하게 계획을 잘 실천하고 있지만 끝내 나아가지 못한다면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우리가 세운 목표 안에 분명 최소량의 법칙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계획의 질은 완벽하고 치밀함에 있지 않고 ‘유연함’에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꼭 필요한 핵심요소만 계획 속에 들어가고 나머지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바꿀 수 있을 때 우리의 삶은 진정 변하고 있을 것이다.
e-book

발행인이명호

발행처한국예탁결제원 부산광역시 남구 문현금융로 40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기획·디자인·제작승일미디어그룹

Copyright © KSDia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