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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반대말은 불행이 아니라 불만입니다
행복의 반대말은 불행이 아니라 불만입니다
살아온 날을 돌아보니 굽이굽이 넘어온 산이 많기도 합니다. 어떤 산은 그래도 넘을 만했고, 어떤 산은 가슴이 턱턱 막히게 막막했습니다. 어느 날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집니다. 어느 날은 비바람에 쓰러집니다. 어느 날은 막막한 어둠에 무너집니다. 한 번만 일어나보자, 또 한 번 일어나보자…. 그렇게 넘어진 몸을 일으키다 보면 어느새 인생은 늦은 오후에 이릅니다.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보면 낮은 탄식이 흐릅니다. 인생 참….
나 자신이 미워지는 때는 또 왜 이렇게 많은지요. 작은 일에도 절망하는 연약한 정신이 싫고, 시간에 쫓기며 사는 게 싫고, 사소한 일에 분노하는 내가 싫고, 방향감각 없는 내가 싫고….
싫다. 정말 싫다…. 자신이 싫어질 때마다 또다시 낮은 탄식이 흐릅니다. 인생 참….

그런데, 나보다 인생 나을 것 없는 친구가 ‘고맙다, 고맙다…’를 입에 달고 삽니다. 만나도 고맙다, 헤어질 때도 고맙다, 전화를 할 때도 고맙다, 끊을 때도 고맙다고 합니다. 가식이 아닙니다. 만날 수 있어서 고맙고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고마운 마음이 얼굴에서도, 목소리에서도 느껴집니다. 그 친구는 세상의 잣대로 보면 사실 고마울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가진 것 없고 건강하지도 못합니다. 그런데도 늘 고맙다, 고맙다 합니다. 그러니까 그 친구는 정말 다 가진 것처럼 보입니다. 자기 자신을 참 많이 사랑하는 듯도 보입니다. 그 친구는 늘 제 손으로 제 어깨를 토닥여준다고 합니다.
‘잘했다, 잘했다, 잘했다….’ ‘이쁘다, 이쁘다, 이쁘다….’
가진 것은 없지만 감사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대단하지는 않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행복을 품은 사람입니다.
가진 것보다 잃은 것을 한탄하는 사람은, 자신의 잘난 구석보다 못난 구석을 세는 사람은….
불만을 품은 사람입니다.

행복의 반대말은 불행이 아닙니다. 불만입니다.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 살아가는 존재들이라면 가장 추구해야 하는 능력은, 부러워해야 할 재능은, ‘행복을 발견하는 마음’ 아닐까요?

행복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 결심한 만큼 다가오는 것입니다. 공부를 하면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나오듯이, 운동을 하면 쏟은 노력만큼의 성과를 이루듯이, 농사를 지으면 씨를 뿌리고 애써 가꾼 만큼 수확하듯이 행복도 결심한 만큼, 노력한 만큼 품을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 없이는 또 행복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나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이는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지요.
나를 싫어하면서 어떻게 이웃을 사랑할까요? 어떻게 가족에게 사랑을 줄까요?

내 의견은 모두 옳아야 하고, 모든 사람이 날 좋아해야 하고…. 이런 완벽주의는 자신을 피곤하게 만듭니다. 몇몇 사람은 적으로 둘 수도 있고, 어떤 일은 실수도 하고, 완벽하지 않은, 조금 빈 듯한 자신을 인정해야 합니다. 내 안의 모난 모서리와 결핍과 여백을 인정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자신을 조금은 넉넉하게 풀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 누구보다 나에게서 나의 매력을 찾아봐야 합니다. 평범한 나, 잘나지 못한 나, 그런 나를 내가 좋아해줘야 합니다. 선과 악 중에서는 그래도 선한 쪽에 있는 나, 심술과 친절 중에서는 조금은 친절한 편인 나, 사랑과 증오 중에서는 분명 사랑이 많은 편인 나, 바보와 똑똑이 중에서는 어벙하고 어리숙한 편인 나, 그런데 차가운 똑똑이로 사는 것보다 따뜻한 바보로 사는 게 좋은 나…. 그런 나를 스스로 사랑해줘야겠지요.
‘멋지다, 멋지다, 멋지다….’
위로가 필요한 날이면 내 어깨를 내가 토닥토닥해보는 것도 좋겠지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눈은 ‘평범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보는 눈’이라고 합니다. 새로운 여행지에서 아름다움을 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시선입니다. 위인전에나 나올 법한 사람을 우러러보는 것도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시선입니다. 그러나 내가 늘 머무는 곳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것은 아주 특별한 능력입니다. 모자라고 빈틈이 있는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아주 특별한 능력입니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새로움을 찾아내고 설레는 마음으로 순간순간의 아름다움을 발견해가는 일은, 대단한 삶의 능력이며 신대륙 발견보다 더 가치 있는 ‘행복 탐험’입니다.

각자 자신의 삶을 열심히 꾸려가는 사람, 산다는 것은 두렵고 비참한 일인지 모르지만 그 안에서 기뻐하고, 사랑하고, 행복을 발견하면서 살아가는 사람, 숭고한 철학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 그 사람은 지금 이 순간에도 마음 레이더로 찾아내고 있겠지요. 삶의 구석구석 숨어 있는 행복을, 마치 소풍날 보물찾기하듯이.

시간은 흘러가고 생명은 유한해요. 그러나 지금 이 시간 속에 사랑을 새길 수 있다면, 지금 이 시간 속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영원을 사는 일입니다. 사막의 오아시스는 멀리 있지 않아요. 마음 가까이에 있습니다 .

한 해의 마지막 무렵에 어느새 서 있네요. 이룬 것이 무엇일까, 가진 것이 무엇일까, 빈 손 쥔 마음에 바람이 붑니다. 그러나 또 성취란 무엇일까요. 진정한 성취란 얻는 게 아닙니다. 기꺼이 잃는 것입니다. 높아지는 게 아닙니다. 기쁘게 낮아지는 것입니다. 채워가는 것이 아닙니다. 웃으며 비우는 것입니다.

그리운 이를 가슴에 호출해봅니다. 가슴 한구석부터 천천히 따뜻해집니다.
‘고맙다, 고맙다, 고맙다….’ 인사해봅니다.
디뎌온 발자국을 돌아봅니다, 그 순간마다 수고한 내가 있습니다.
‘잘했다, 잘했다, 잘했다….’ 토닥여봅니다.
그렇게 웃어보는 마음에 행복이 찾아듭니다.
더 이룰 것이 무엇인가요. 사랑이 있다면 다 이룬 것입니다.
더 지닐 것이 무엇인가요. 웃을 수 있다면 다 가진 것입니다.

행복의 반대말은 불행이 아니라 불만입니다

글. 송정림(방송작가. 저서 <설렘의 습관>, <신화에게 길을 묻다> 등) 일러스트. 조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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