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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세포분열, 1인 1마켓 시대를 열다
소비자의 세포분열, 1인 1마켓 시대를 열다
슈퍼마켓이 동네에서 유일한 쇼핑 공간이던 시절이 있었다.
‘슈퍼(super)’라는 말답게 크고 긴 진열대에 모든 물건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고
진열대 사이사이를 매의 눈으로 스캔하며 필요한 것을 쏙쏙 뽑아 바구니에 담았었다.
동네의 가장 중심에 크게 위치했던 슈퍼마켓의 주인은 동네 주민에게
생필품을 제공하던 공급자였고, 동네 주민이던 우리는 소비자였다.
그 후로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우리는 개별 소비자가 생산자 및 공급자가 되는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
소비자의 세포분열이 만들어내는 1인 1마켓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사실 1인 1마켓이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나도 인터넷에 글을 써서 돈을 벌 수 있을까?’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봤을 이런 생각을 실제로 증명하듯, 개인이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유급 생산을 하는 개인 마켓의 열풍이 이미 출판계를 휩쓴 바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독특한 시선을 담은 1인 출판물들이 증가하면서 콘텐츠의 소비자가 곧 생산자가 되고 개별 생산자가 마켓이 되는 가능성을 경험했다.
최근에는 세포분열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면서 ‘82피플’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빨리’를 의미하는 ’82’와 영어 ‘people’의 합성어로 SNS상에서 트렌디한 상품을 짧은 기간에 판매하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대부분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서 공구(공동 구매)를 진행하는 1인 마켓이다. 2018년 10월 기준으로 인스타그램에 ‘판매’라는 해시태그 게시물은 약 25만 개를 돌파했고, SNS 마켓을 비롯해 중고 거래, 오픈 마켓 거래 등을 포함한 국내 개인 간 거래(C2C) 시장은 약 20조원 규모에 이른다.
1인 셀러들은 자신만의 자체 브랜드를 앞세워 오프라인으로 소비자를 만나기도 한다. 2018년 10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스타일쉐어X29CM의 ‘슈퍼-마켓페스트’에는 인기 유튜버 셀러들이 직접 참여했는데, 이들을 보기 위해 새벽 6시부터 긴 대기 줄이 형성됐다. 인플루언서들이 오프라인 플리마켓의 성공을 이끌어낸 셈이다. 전통 유통 채널이라고 할 수 있는 백화점들도 앞다투어 1인 셀러 모셔가기에 나서고 있다. SNS 브랜드를 모은 팝업 매장들의 매출이 좋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은 커머스 프로젝트 팀을 꾸리고 SNS 브랜드만 모은 편집매장 ‘아미 마켓’을 본점에 오픈했고, 신세계백화점에도 SNS 신규 디자이너 브랜드만 전담하는 담당자를 별도로 두고 있다.
1인 마켓의 성장 배경에는 무엇보다 SNS의 영향력이 크게 자리한다. SNS에서는 누구나 판매자가 될 수 있다. 별도의 인터넷 페이지를 만들거나 임대료를 부담할 필요도 없다. 주문은 다이렉트 메시지*로 받고, 결제는 계좌 이체를 이용한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미디어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다. 인스타그램은 2018년 5월 한국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쇼핑 태그 기능을 선보였다.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제품 정보 및 가격, 구매할 수 있는 웹사이트 등 링크 정보를 태그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유튜브 또한 ‘모든 정보는 유튜브로 통한다’고 할 정도로 그 영향력이 크다. 기존에는 10~20대 위주였던 이용자층도 40~50대로 확산되고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50대 이상 이용자의 비중이 국내 유튜브 이용자 중 30%에 달한다.
쉽게 계정을 열 수 있기 때문에 직장에 다니면서 1인 셀러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평생 고용을 보장받기 어렵고, 하나의 직업에 얽매이고 싶지도 않은 워라밸 세대에게 1인 마켓은 취미이자 제2의 직업이고, 생존을 위한 플랜 B이자 자아실현의 수단이다. 실제로 인기 크리에이터 중에는 퇴근 후 취미처럼 콘텐츠를 제작하다가 본업이 된 경우가 많다. 이처럼 본업 외에 여러 개의 부업과 취미 활동을 통해 유급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N잡러’*라고 한다.
무엇보다 나만의 콘셉트를 추구하고 싶은 소비자들이 1인 마켓의 성장을 견인한다. 1959년 어빙 고프먼은 저서 <자아연출의 사회학>에서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연극과 같다고 말했다. 배우가 관객을 대상으로 무대에서 연기를 하듯, 사람들도 타인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연극과 같은 방식의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이다. 21세기 소비자에게 무대는 더 다양해졌고 관객은 더 많아졌다. SNS라는 무대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인상 관리를 해야 하는 그들에게는 좀 더 독특한 나만의 콘셉트가 절실하다. 그래서 나와 취향이 맞는 인플루언서를 추종하고 기성 브랜드에서 보기 어려운 색다른 1인 마켓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찾는다. 모두가 볼 수 있게 진열되어 있는 슈퍼마켓식의 상품 말고 아무도 모르는 보물 같은 물건을 발견하는 행위, 그 자체가 놀이다. 모든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단골손님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 마켓, 어제의 고객이 내일의 판매자가 될 수 있는 1인 1마켓의 무한한 세포분열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 다이렉트 메시지란? 사람들끼리 주고받을 수 있는 비공개 메시지로 ‘DM(Direct Message)’이라고도 불린다. 이는 다른 사람에게 공개되지 않는 메시지인데, 아무한테나 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팔로잉하는 사람끼리만 주고받을 수 있다.
* N잡러란? 2개 이상 복수를 뜻하는 ‘N’과 직업을 뜻하는 ‘잡(job)’, 사람을 뜻하는 ‘~러(er)’가 합쳐진 신조어로 ‘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이란 뜻이다. 본업 외에도 여러 부업과 취미 활동을 즐기며 시대 변화에 언제든 대응할 수 있도록 전업(轉業)이나 겸업(兼業)을 하는 이들을 말한다. (출처: 매경이코노미)


소비자의 세포분열, 1인 1마켓 시대를 열다

글. 최지혜(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공동저서 <트렌드 코리아 2019>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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